하진양문록 흘림

하진량문록<河陳兩門錄>25해제서문
가문(家門)간의 갈등과 가문 내 구성원간의 애정 문제 등을 주제로 하여 창작한 고전소설.
여기 소개하는 하진양문록은 소위 가문(家門)소설이란 형태로 ‘삼대록(三代錄)’·‘양문록(兩門錄)’·‘세대록(世代錄)’ 따위의 제명이 붙은 방대한 장편형식이다. 가문소설이 조선 후기 정조 때를 전후하여 발전했기 때문에 근대적 성격도 나타나 있으나, 그 중심 내용은 가문 창달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 목적의 중요 인자는 거의가 사대부 가문의 복고를 통하여 실학자 및 평민에 맞서는 인자(因子)로써 정조 이후 붕괴되어 가는 중앙집권화에의 재건과 퇴폐해 가는 강상(綱常:삼강과 오상. 곧 사람이 지켜야 할 도리)의 회복을 위한 목적의식이 뚜렷한 소설이다.
 가문소설의 명칭은 가계소설(家系小說)·연대기소설(年代記小說)·세대기소설(世代記小說)·가족사소설(家族史小說)·가문소설 등으로 불리고, 또한 별전(別傳)이 연작되는 시리즈소설이라는 점에서 연작소설 또는 별전소설 등의 명칭도 있다.
 그 중에서도 가문소설이라는 명칭은 우리의 전통적 사고 중심이 개인이 아니라 가문 중심이라는 면과 가문간에 얽힌 갈등구조가 대부분의 내용임을 고려하여 붙인 소설명이기 때문에 학계의 대다수가 가문소설로 호칭하고 있다.
가문소설은 많으나 아직은 상당수의 작품이 연구되지 않은 상태로 쌓여 있다. 조선 말기 왕실도서관이었던 낙선재문고(樂善齋文庫)에 비장되어 있었고, 민가에서는 전통 사대부가의 서가나 내당에서만 전승되어 왔기 때문이다.
 그 중 50책 이상 되는 것만 해도 <완월회맹연 玩月會盟宴>(180책)·<임화정연 林花鄭延>(139책)·<윤하정삼문취록 尹河鄭三門聚錄>(105책)·<명주보월빙 明珠寶月聘>(100책)·<화산선계록 華山仙界錄>(80책)·<유이양문록 劉李兩門錄>(77책)·<명행정의록 明行正義錄>(70책)·<재생연전 再生緣傳> 등이 있으며, 그 밖에 <임씨삼대록 林氏三代錄>·<이씨세대록 李氏世代錄>·<조씨삼대록 曺氏三代錄>·<유씨삼대록 劉氏三代錄>·<하진양문록 河陳兩門錄> 등 50여 종은 모두가 20책 이상의 대장편이다.
 고소설의 유형을 전기(傳奇)·몽유·우화·애정·역사·영웅·윤리·가정·풍자·가문·판소리계 소설로 분류하기도 하는 등 국문학개론과 국문학사에 학자들마다 가문소설이라는 장르를 설정하고 있다.
하진양문록은 총 25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필사의 유려한 흘림궁체의 진면은 여타 궁체자료에 손색이 없다 싶어 필자가 해석하여 소개하는데, 목적은 좀 더 나은 고문의 이해와 정확한 궁체 서법의 보급에 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송나라 태종 때 대사마 대장군 남정후 하의지는 부인 윤씨에게 자녀가 없어 주씨를 맞아 3남1녀를 두고 윤씨도 남매를 낳는다. 영화·주화·종화와 교주는 주씨의 소생이고, 백화·옥주는 윤씨의 소생이다.
윤부인이 죽자 옥주 남매는 주씨가 기르게 된다. 하공은 선녀같이 아름다워진 옥주를 고아가 되어 자기 집에서 공부하고 있는 진원경의 아들 세백과 약혼시킨다. 윤부인이 죽은 뒤 하공이 옥주 남매를 더 사랑하므로 주씨는 자기 자녀들과 짜고 이들을 죽이려 한다. 주씨의 딸 교주도 세백을 사모하여 백년가약을 맺자고 조르다 거절당하자 어머니와 짜고 아버지에게 세백이 자기를 겁탈하려 하였다고 거짓말을 한다.
하공이 노하여 세백을 처형하려고 하자 옥주는 세백을 피신시키지만 아버지로부터 오해의 말을 듣고 자살한다. 이 때 황룡이 옥주를 구하여 서역 곤륜산 선계에 내려놓아 무술을 공부하게 된다. 백화도 양중희의 아들 훈장이 된다. 주씨의 아들이 세도를 부리자 하공은 그들의 오만한 행동을 피하여 방랑의 길을 떠난다.

세백은 도승에게 수학하여 문무과에 모두 장원급제하여 병부시랑이 된다. 황제의 사랑이 세백에게 기울어지자 영화 형제가 세백을 죽이려고 모함하다가 처형당한다. 이에 조정에서는 하공 일가에 대한 포박령이 내린다. 양공의 집에 의탁하고 있던 백화는 양공의 딸을 구하여주고 이것이 인연이 되어 약혼을 하게 된다. 백화는 자기의 포박령을 보고 자수하고 이어서 아버지 하공도 자수하였는데, 하공 부자는 세백의 주선에 의하여 유배된다.
선계에서 공부하던 옥주는 남장을 하고 과거에 응시하려고 상경하였다가 세백을 만나 친구가 된다. 옥주가 문무에 장원급제하자 황제는 부마로 삼으려 하였으나 옥주의 진정으로 포기하고 세백으로 정한다. 세백은 어쩔 수 없이 승락했으나 옥주만을 생각한다. 이 때 변족이 침략하므로 진세백과 하옥주를 출전시킨다. 양원수가 변족을 물리치니 황제는 진원수를 이부상서에 소주백으로 봉하고 하원수는 강주후로 봉하여 그 전공을 치하한다.
드디어 공주와의 혼인날이 임박하자 세백은 병이 든다. 세백이 완쾌되자 다시 택일하므로 세백은 고민에 빠진다. 이때 마침 서촉 왕이 침략하여 옥주가 출전할 때 세백도 자원한다. 진중에서 진원수는 하원수가 여자임을 알고 신원을 물으니 하원수는 어쩔 수 없이 고백한다. 진원수는 연정을 이기지 못하여 하원수(옥주)에게 달려들었는데 하원수는 도술로써 피했다. 진원수는 음식을 전폐하고 하원수의 혼인 승락을 받기를 원하자 하원수는 반승락을 하고 진원수를 위로한다.
적군 격퇴 후 하원수는 사임하고 임금을 속인 죄를 상소하자 임금은 비로소 하원수가 여자임을 알고 진원수와의 관계도 알게 된다. 세백이 옥주와 혼인하려 하니 황제가 크게 노하여 세백을 투옥시킨다. 옥주가 자취를 감추자 황제는 부득이 세백을 복직시키고 하공부자의 죄를 용서하지만 세백은 옥주를 찾아 떠난다.
옥주는 아버지의 유배지로 가서 병중인 아버지를 낫게 한 뒤 선계로 간다. 하공은 옥주를 찾아나선 세백과 만나 세백을 집으로 돌아가게 하였다. 황제가 돌아온 세백에게 공주와 택일하라고 하므로 세백은 고질병이 재발하여 사경에 빠진다.
옥주가 세백의 병을 고치러 오자 황제는 옥주와의 혼인을 승락한다. 세백은 옥주와 혼인한 뒤에 다시 공주와 혼인한다. 공주는 옥주를 시기하고 죽이려다 투옥된다. 이에 옥주가 공주를 뉘우치도록 하니 공주도 깨닫고 세백도 공주를 사랑하게 된다. 그 뒤 세백은 두 부인을 거느리고 행복하게 지낸다는 내용이다.
모든 궁체 서학자들이 꼭 한번은 거쳐 참고할 가치가 있는 귀한 자료라 사료되며 차제에 일층 고문의 이해를 증가하여 문질빈빈(文質彬彬)한 자격을 갖추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본권이 분량이 많지 않아 권지 십 일의 자료도 아울러 소개한다. 일 권 이하 25권까지 내용 중 비교적 저급한 수준의 흘림체도 있지만 다양한 서체의 섭렵에 고급,저급이 따로 없다고 생각된다. 여기 후반부에 해석 없이 소개하는 11권은 25권 본문에 비해 조금은 손색이 있지만 서체를 달리하므로 충분한 참고의 가치가 있다고 여겨지므로 후반부에 함께 싣는다. 많은 참고 있기를 바란다. 참조-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참조 및 일부 인용
편역자-고은 지성룡

하진양문녹(河陳兩門錄) 권지 이십오
화설(話說), 진왕(陳王)이 소상강을 건널 새 동정호를 지나
니 동정 칠 백리 산(山水)는 옛 자취를 반기는 듯 강상(江上)의 중
선(重船)이 행하니 반듁(斑竹)은 창창하여 이비(二妃)의 누흔(淚痕)이 의구하고 강
풍(江風)은 소슬(蕭瑟)하여 굴원의 넋을 느끼는 듯 하니 소상팔경
의 동정물색이 옛 같이 아름다운지라. 왕이 홀연 석일(昔日)
에 악주(岳州)로 부터 이 땅에 유락(流落)하여 이곳에서 밥을 비러 요
기하고 동호에 편주를 타고 소유(消遊)하여 불승비회(不勝悲懷)하여
옥저를 불다가 하공을 만나던 일이 목전에 완연커늘
다시 오늘날 천병만마로 이 강두(江頭)에 누만(累萬)척 배를 매니


소상강-중국 호남성 동정호 남쪽에 있는 소강(蕭江)과 상강(湘江)의 병칭.
중선(重船)-큰 배.
반듁(斑竹)-소상지방에서 나는 아롱진 무늬의 대.
누흔(淚痕)-눈물을 흘린 흔적.
이비(二妃)-순임금의 두 부인, 아황과 여영. 둘 다 요임금 딸이다.
의구(依舊)-옛 모습의 자취가 여전하다는 뜻. 
유락(流落)-고향을 떠나 타향살이를 하는 것.
불승비회(不勝悲懷)-슬픈 회포를 이기지 못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