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조삼성기봉 흘림

한조삼성 권지 1 해제(머리말)
 192.한조삼성기봉<漢朝三姓寄逢>14-1
총 14권 분량의 소설 중 13,14,15권은 필체가 다르다.
필자는 오래전부터 한조삼성의 1~12권까지의 유려한 필체에 주목했다. 
그래서 대략의 경개를 파악하고 우선 1권을 선별하여 해석 하여 펴낸바 있는데 여기 ‘궁체금낭’ 시리즈에 포함시켜 본다.

  작자·연대는 미상의 고전소설로 전체 14권 14책. 국문 필사본이다. 당나라 때 위(魏)씨·곽(郭)씨·음(陰)씨 세 사람의 전세(前世)보응을 그린 작품이다.
 내용의 중심사상은 불교적인 윤회보응을 주제로 한 작품인데, 불교의 인과사상과 윤회사상을 바탕으로 하여 한나라 광무제 때의 인물을 당나라 현종 때의 인물로 윤회 전생시켜 전세의 응보를 받도록 구성하여 놓았다.
 
 내용의 경개를 보면, 당나라 현종 때 낙양 운수동(雲水洞)에 승상 위징(魏徵)의 현손 위성(魏誠)이라는 산림처사가 있었다. 위처사는 인품이 고상하고 청렴결백하고 공명을 싫어하여, 운수동으로 들어와 숨어 살고 있는데, 슬하에 혈육이 없어 쓸쓸히 지낸다.
 위처사(處士)에게는 조희(趙熹)·지명(池明)·설흠(薛欽)이라는 죽마고우(竹馬故友)가 있는데 하루는 네 사람이 소상강에 놀러 갔다가 잠깐 조는 사이 꿈을 꾸게 된다. 네 사람은 모두 꿈에 한 선관을 따라 천상에 올라가 옥황상제 앞에 나아가니, 한 부인이 옥황상제 앞에서 전세에 맺힌 원한을 풀고자 윤회응보(輪廻應報)에 참여하고자 하는 뜻을 아뢰는 똑같은 꿈을 꾼다.
 
 부인은 한나라의 중흥주(中興主) 광무제의 곽황후였다. 광무제가 곽황후를 폐출하였고, 무고한 태자마저 동해로 내치고는 음여화를 황후로 삼은 데 대하여 원한을 품고 후세에 한 번 보복할 것을 생각하고 옥황 앞에 전말을 아뢰고자 나타난 것이다.
 이에 옥황상제는 광무제와 음여화를 불러 곽황후는 당실의 왕자로, 광무제는 조씨가의 딸로 태어나게 한다. 또 곽황후의 친구 백희공주는 위씨가의 딸로, 곽황후의 아들 경왕(景王)도 위씨가의 딸로 각각 태어나게 한 후, 위·곽·음 3인의 전세보응을 자세히 알게 하라고 한다. 이에 백희공주는 위처사의 딸 옥희로, 광무제는 조처사의 딸 수아로, 음여화는 설처사의 딸 여주로, 왕첩여는 양승상의 아들 추로, 곽황후는 태자로 태어난다.
 
 이때 나라에서 태자비의 간택이 있자, 위소저가 정비(正妃)로, 조소저가 부비(副妃)로 간택되었다. 위·조 양가에 청혼하였다가 거절을 당한 양승상이 앙심을 품고 복수하려고 한다. 이때 남서지방에 산적이 일어나 태자가 출전하여 운설도인 이라는 진인(眞人)의 도움으로 산적을 토벌한다. 태자는 나중에 그 진인이 자기의 아내 위비였음을 알고 못내 기뻐한다. 위비는 태자궁으로 돌아와 인력으로 궁중을 다스리며 태자로 하여금 조비와 설비를 자기보다 더 사랑하게 하니, 태자궁에 화평이 온다.
 
 한편, 조처사의 부인 허씨가 위가의 복록을 질투하여 모해하려 하고, 양승상 부자도 위·조 양가를 모해하려고 한다. 안록산(安祿山)의 난이 일어나 현종이 물러나고 태자 숙종이 즉위하여 위비를 황후로 삼으니, 조비가 질투를 참지 못하다가, 아버지로부터 지난날의 꿈 이야기를 듣고 자신에게 매인 업보를 깨닫게 된다는 내용이다.
 이처럼 궁체의 법을 잃지 않으면서도 독특한 개성과 힘을 바탕으로 한 유사(柳絲)형 서체를 가까이 하므로 자기만의 독자성을 지닌 서체 계발에 일보 나아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고운 지성룡 識

현대문
한조삼성긔봉(漢朝三姓奇逢) 권지일 
화설, 대당(大唐) 현종(玄宗) 명황(明皇) 연간(年間)에 서문 밖 운수동에 
일위(一位) 명환(名宦)이 이시니 고문세벌(高門世閥)이오, 교목세가(喬木世家)라. 성
은 위(魏)오 자(字)는 계황이오 별호(別號)는 청암 선
생이니 본디 당조(唐朝) 대 승상(丞相) 강릉후 위징(魏徵)의 현손(玄孫)이니 
선생의 위인(爲人)이 한갓 도덕청행(道德淸行)이 금옥(金玉) 군자(君子)일 뿐 아
니라 조선여맥(祖先餘脈)으로 신위준매(神威俊邁)하야 학문(學問)이 광박(廣博)하
며 공맹(孔孟) 안증(顔曾)을 법(法) 받아 총명(聰明)이 과인(過人)하야 일세(一世)의 칭
도(稱道)하는 바 러라. 아시(兒時)로부터 배우지 아닌 글을 능히 자
득(自得)하고 일취월장(日就月將)하야 십 세(十歲) 전(前) 능히 상통천문(上通天文)하

주-고문세벌(高門世閥)-세세대대로 문벌이 높은 집안. 
교목세가(喬木世家)-대대로 문벌이 높고 자기 집안의 운명을 나라의 운명과 함께하는 집안. 
위징(魏徵)-당나라 초기의 공신이자 학자로 재상을 지냈다. 
도덕청행(道德淸行)-도덕이 말고 깨끗한 행실. 
조선여맥(祖先餘脈)-조상에게서 이어받은 것. 
신위준매(神威俊邁)-신채와 용모가 준수함. 
공맹(孔孟) 안증(顔曾)-공자와 맹자, 안자와 증자.
일취월장(日就月將)-날로 달로 나아짐. 
상통천문(上通天文)-천문(天文)에 관(關)하여 자세(仔細)히 앎.  
천문(天文)-천체, 곧 일월, 오성(五星), 이십팔수(二十八宿)에 관한 천체학문을 가리킴.